배움터와 놀이터

DIABLO II EXPANSION (2002.9.9)

상데쥬 2004. 9. 10. 23:50



지루할 때쯤 되었다.

그것은 사실 오랜지였고, 오늘 조카녀석들에게 모든 아이디와 비번을 다 알려주고

'네 맘대로 해라.'하는데,

사실 조카들도 지루해하게 된 게임이 된지라

그다지 도움될 것 같지는 않다.

1월말?에 시디를 중고로 산 이후 7개월간이다.


무언가 외로이 단절한다던가

세상은 세상이겠지만 나만의 세계가 있긴 해 등등등

약간 양보한다면 '나는 나, 톰보이' 계열의,

즉 세상이 평가한다면 '저 아이는 보조가 그렇게 맞지는 않아.'

좋게 말한다면 '쟤는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

이런 아이들은 무언가를 육성하게 된다.

부드러운 황갈색 털이 아름다운 삽살이를 키운다거나,
우유를 주로 마시면서 바나나나무를 키운다거나,
정액제를 끊어서 바람의 나라에 접속한다던가
혹은 디아블로를 한다.

디아블로에 들어가서는 대개 동일하다.
일단 멋대로 키우다 좌절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들어가서는 디아의 리얼한 순서인 '버스타고 카우가기'를 알게 되고,
오리지날때의 가보로 생각했던 시곤셋을 비롯한 자기의 그토록 소중한 아이템이
아무도 안주워가는 쓰레기임을 절실히 느낀 후에,
수많은 아이템과 조단의 홍수속에 파묻혀 온갖 캐릭을 키우다가
결국은 하나 둘 소수의 최정예 듀얼캐릭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여전히 시간은 흘러간다.

포트리스. 크레이지 아케이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포트리스 잘하는 이가 사회에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란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사회는 인간이 창조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포트리스를 창조했지만 포트리스 스스로는 세계를 만들어가지 못한다.
인간의 창조물은 인간과는 떨어져나갈 수 없는 끈에 묶여 있다.

신의 개념이 사라지고 인간 존엄이 희미해지며 생각의 존재마저 회색의 신경작용으로 넘어가는 날.
그래도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으며, 웃음과 환희 또한 존재한다.
그 너무나 작은 것들의 아픔을 나는 사랑하고, 너무나 무가치한 것들의 슬픔을 나는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