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터와 놀이터
6월 새벽. (2002.9.9)
상데쥬
2004. 9. 10. 23:48
6월 새벽. 새벽 두시에 문득 오래 전 그날을 생각해 본다. 애들 한뭉터기 대학을 가기위해, 수능을 잘 치기 위해 스스로 신청해서 등용실이란 곳에 모였다. 그곳에서 직접 공부하고 잠자고 일어나고 수업듣고 다시 공부하고 잠자고 일어났다. 애들은 뒤편 바깥수도가에서 옷 훌렁벗고 등목을 했고 새벽쯤에는 목욕을 했다. 열두시즈음해서 학년주임의 엑셀 불빛이 멀리 진입로를 돌아 나가면, 몇몇 애들은 문도 아쉬워 창문을 넘어 일부는 연인들의 미팅 장소인 근처 광장타운 공원으로, 일부는 이미 아베크족들의 은신처였던 두류산 공원으로, 그렇지만 가장 혈기넘치던 애들은 농구를 했다. 저 수백미터 떨어진 광장타운 테니스장의 라이트에 의지해서, 겨우 윤곽만 보이는 공을 감으로만 잡고 패스해서 던져넣곤 했었다. 슬램덩크는 한창 북산과 능남이 싸우고 있었고, 조던은 또 승리를 했다. 나는 새벽의 농구를 사랑했고, 새벽에 '으스스'소리를 내며 무성한 나뭇잎을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을 사랑했으며, 그 하루의 삶을 즐기는 나 자신을 사랑했다. 원래 호수였던, 그리고 매립지였던 학교자리였던지라 원래 많았던 모기드을 쫓기 위해 다리쪽에, 책상에, 책상위에, 뒤창가에, 옆 침대쪽에 올려놓은 모기향이 자욱한 등용실을 사랑했다. 두시 세시 되어 등용실의 불빛이 차츰 꺼져가면서, 눈을 감고, 혹은 눈가리개를 하고, 혹은 앞뒤의 매트에, 혹은 자신의 휴대용침대에, 혹은 걸상 몇개를 아무렇게나 이어붙이고 이불을 둘둘말고 누워자는 녀석들의 젊음을 사랑했다. 간혹 나갔다가 다시 돌아들어오는 엑셀의 불빛에 공은 목숨처럼 붙들고 미친듯이 달려 들어오던, 그때의 가쁜 숨소리를 사랑했다. 마른 땅을 촉촉히 적실 만큼 땀을 흘린 뒤, 훌훌 벗어젖힌 몸에 부어지는 얼음같은 지하수의 시원함을 좋아했다. 그렇구나. 그 삶 하나하나가 그랬었구나. 난 그 모습을 그리워했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