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당일치기 -- 두루네에서 퍼옴
에버랜드까지 당일치기 가능할까요? | |||||
------------------------------------ 겨울과 이동이란 점을 중심으로 회상해 봅시다란 것. 1. 겨울을 주제로 한 놀이터 기억 유원지 중심의 향락은 거의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롯데월드는 좀. 자주 갔다. 당시는 제비군이 잠실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상태인 97, 98년. 놀러 가는 겸해서 잠실역을 많이 들렀고, 잠실역 가는 김에 어쩌다 한번씩 롯데월드를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은 이만 사천원(?.. 모르지 내가 그런 걸 어케 다 기억해) 당시 나의 꿈은 연간회원권을 사는 것이었는데, 실상 이걸 살려고 돈 모을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다. 갈리아노만 줄창 마셨다고 생각된다. 가나주류에서 오만 육천원 하던 시절. 기분 좋은 것이라면 평일날 사람 별로 없는 - 다만 빠라빠라빠라밤 하는 시끄러운 고딩들이 좀 출몰하는 - 때에 또로로로 달려가서 바이킹 한 번, 후럼라이드 한 번, 신밧드 모험 한 번 타고, 풍선 타면서 구경 하고 다시 후럼라이드, 위에서보니 재미있어 비더라 하는 빙빙돌아가는 탁자와 의자, 이제 정식 코너다 싶게프렌치 레볼루션 한 번 돌고, 밖으로 나가서는 혹성탈출 돌려주고 혹시나 이번엔 재미를 느낄지도 모른다 싶어 파도타기 한 번 앉아주며, 좀 돌아보다가 붕붕카 한 번에 다시 프렌치 레볼루션 무한 타기로 가는 그 자체의 시간이었는데, 그 기쁨은 지금도 개인적인 한 가지 소망 - 매직아일랜드에서 자이로드롭을 옆으로, 파도타기를 등지고 있으면서 벤치에서 한가로이 노트북에 글을 쓰는 것 - 으로 이어져 있다. 98년 중순에던가 자이로드롭이 생겨나면서 무한 타기의 대상은 이쪽으로 옮겨갔다. 당시 무한 타기의 공식기록은 프렌치 레볼루션의 개인모드 커플모드 통합 여덟번이었는데, (다만 내린 후에 아무리 자리 남고 뛰어 돌아 들어간다 해도 한 번 건너 한 번씩 타게 된다.) 그날은 10월? 11월? 잘은 기억 안 나지만 계절에 비해 상당히 쌀쌀했었다. 어스름이 깔릴 무렵, 바깥쪽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인가 부르는 이름 있겠지만 별로 호응해주긴 싫고)에 잘 안타는 것중의 하나인 매달린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다. 독수리 오형제던가 (설마 아닐테고) 독수리 요새던가 (헷갈릴 수 있는데) 하는 이 비행기는 일단 기둥에서 뻗어 나온 팔에 달린 수 대의 비행기 모양을 한 탈것에 사람이 타면 팔이 스윽 올라가 비행기를 들어 주고, 빙빙 돌려 주는 그런 놀이이다. 바이킹에서 만세는 안 해도재미있어할 정도의사람에게는 결코 무섭거나 놀랠만한것이 아니다. |
그런데 이게 날이 추우면 데미지다.
일단 비행기가 돌기 시작하면서부터 온 몸에 닥쳐오는 - 강풍은 아니지만 압도적인 힘을 느끼게 하는 -
살벌한 추위가 옷 한 겹 두 겹 뚫더니 온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상대성 이론이 적용되기 시작했으니,
60초인가 120초인가돌아간다던가 했는데
그 동안 후회, 탄식,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타리라, 아 추워 등등을 각각 스무번은 더 했다.
높아서 무섭다거나 떨어질까봐 무섭다거나 (덜컥거리며 올라가 버리는 바이킹 안전장치) 하는 공포,
만화 코난 1회에 나왔던 좀 말 안되는 공포, 프렌치 레볼루션에서동굴에 들어가면서 만세부르는 이에 대한 공포
이런 것들보다 추워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것이일단 실감이 나니까 정말 공포였다.
대구에는 견실하다고 사람들이 말해 주던 우방을 망하게 한 우방랜드가 있는데,
여름에 열라 덥고 겨울에 무지하게 추운 대구에 야외 놀이터라는 발상 자체가 데미지한 것이었다.
카멜백이라던가 하는 청룡열차시리즈가 무려 세 개 있는데,
이것들 한여름 일개월은 뜨거워서 못 타고,
겨울 부근사개월은 일단 추워 죽을 것 같아서 인간으로서는 타기 힘들다.
아.. 저러면 안 될 텐데 라고 누누이 안타까와했으나 정작 투고는 못 했었다.
- 우편엽서 사서 보낼 정도의 수고는 초창기 귀차니즘 때문에 -
다만 롯데월드의 경우는 '커플 연간회원권 만들어 주세요.' 라고 건의함에 썼었는데,
글자는 일단 또박또박 썼으니 '못 알아봤을 거야' 라는 태클은 사양할 수 있고,
실제 커플 회원권이 나온 것으로 알고는 있으나,
그 시기는 훨씬 시간이 지난 후였으며, 주소와 이메일까지 적었건만 감사의 말은 없는 걸로 봐서 별 효과는 없었던 모양이다.
- 커플 회원권 내용 : 가격은 개인 9만 얼마, 가족 20만? 의 중간이고, 특징은 회원 사진을 커플로 찍음. 커플로만 입장 가능 후.후.후. -
2. 이동을 주제로 한 놀이터 기억.
제비선생에게는 동생이 있는데,
장차 부부 치과의사가 될 것이므로 일단 인생안정권인 것은 자랑스러워 하는 바이고,
그의 머리 크기가 작다는 것은 질투에 질투에 부러움이며, 상기하는 그 순간 짜증이 밀려오지 않을 수 없는 것.
그녀석이 어려서 국딩이었을 때, 그 학년은 2군사령부에 소풍을 간 적이 있었는데,
학교와 2군사령부의 거리는잘 잡아도3킬로는 되었다.
학교 교문을 나와서 와글와글 기분도 즐겁게 걸어가는 아이들.
15분, 20분 지나 아주 미세하게나마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다.
'선생님~ 아직 멀었어요?'
'네에~ 여러분,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30분, 말수가 줄어든다.
'선생님~ 아직 멀었어요~?'
'아~ 여러분,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35분, 40분, 아 이젠 지쳐가는 것이다.
'선생님~ 아직 멀었어요~?'
'여러분,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그리고 정말 조금만 더 가자 2군사령부가 나타났다.
그 선생님,
'여러분~ 저기가 2군사령부에요~~'
'와아~'
그러나 그것은 2군 사령부의 붉은 색 벽돌 담이었으니,
'선생님~ 아직 멀었어요?'
'여러분, 조금만 더 가면 정문 나옵니다.~'
---- 이 이야기를 제비군의 동생 정우자식은, 내가 채록하던그의 나이 스무살때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이동이란 것의 폐해는 골수에 새겨진다는 것의좋은 증거가 아니겠는가 한다.
굳이 손자병법 두 페이지 떠들어보지 않아도 되는 것.
하긴,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도
동원훈련 가는 남자라면, '선배님들, 고지가 바로 저 소나무입니다. 고지를 향해서 돌격~' 을 무한반복하는
구라대왕 각개조교를 씹어먹고만 싶은 때를 상기해 보면 될 것이다.
때는 역시 98년 어느 6월이라 생각되는 날이었는데, 할인권에 눈이 뒤집혀 에버랜드를 갔었다.
강남인지 약수인지 생각도 별로 하기 싫은 곳에서 버스를 탔고,
버스는 구질구질, 꼬부랑 길을 잠 자고 또 잘 때까지 굴러갔다.
무슨벽화 그려놓고사파리 가상체험가는것만 같은 그 길은 꿈에서도 몇 번나왔다. 그렇게 암울하기만 한 길은 처음이었다.
아무튼 손목에 띠 둘러치고 이곳 저곳 섭렵. 걸어다니기.
해 좀 지려니까 우르르 왠지 나가야 되는 분위기.
우르르 나간 사람들과 함께 버스타러 줄 무지하게 서기.
차사고 싶었던 흔치 않은 기억.
다시 디굴디굴, 깜깜하니 차라리 괜찮게 자불고,
집으로.. 정력감퇴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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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로서는 이런 말에는 '대략' 말리고는 싶지만,
그래도 이런 것은 '해 볼 만한 일' 일 것이니, 그냥 보고 생각을 떠올려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