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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Heidelberg / 황태자의 첫사랑 (역:송의호) [2002.04]

Alt Heidelberg / 황태자의 첫사랑

(글 읽어주는 남자 - 송의호를 생각하는 최익창군 받아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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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북부에 있는 한 소도시인 칼스부르크에 지난 세기의 80년대 (1880년대)에 외아들을 둔 외로운 한 군주가 살고 있었다. 군주의 아들은 왕자라고 부르며, 맏아들일 때 그는 황태자 또는 태자로 불린다. 이 이야기 속의 왕자는 이름이 칼 하인리히이다. 칼스부르크에서 토요일마다 발행되는 작은 신문에 어느 해 4월에 왕자가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합격했으며, 5월 1일에 1년 동안 대학에 다니기 위해 하이델베르크로 여행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실려 있었다. 8년 간 왕자의 개인교수였던 위트너 박사가 그를 수행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출발하기 하루 전 날 위트너 박사는 군주에게 불리워 갔다. 군주가 말하기를 "왕자는 즐기러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것이 아니오. 나는 왕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 주길 바라고 있소.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겠소?"

위트너 박사는 35세였으나 적어도 다섯 살은 더 들어 보였다. 그는 자주 말하기를 "내가 이 슬픈 고성에 왔던 것이 불행이었어. 여기는 공기가 혼탁해서 거의 숨쉴 수가 없어. 옛날에는 내가 쾌활하고 자유로운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병이 들었어." 위트너 박사는 맥주를 매우 즐겨 마셨으며, 불행했기 때문에 그는 너무 많이 마셨다. 그래서 그는 매우 비대해졌다. 그밖에 그는 천식에 걸리어 숨을 잘 쉴 수가 없었다. 그의 친구인 슈나이더 박사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하이델베르크는 자네에게 좋을 것이네. 거기서 자네는 다시 산책을 하고 등산을 하게 될 것이네. 그러면 자네는 다시 건강해 질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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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군주에게 알현하고 나서 위트너 박사는 자기 방으로 갔다. 그는 이 8년이라는 세월이 마침내 지나간 것을 기뻐했다. 책상 위에는 포도주가 한 병 놓여 있었다. 위트너 박사는 안락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포도주를 한 잔 마시고, 두 손을 모았다. 책상 위에는 또 대여섯 장의 왕자의 초상화가 있었다. 첫 번째 초상화는 12세 가량의 소년이었다. 그는 두 눈이 상당히 큰 얼굴이었다. 다른 초상화들은 몇 년 뒤의 것들이었다.

위트너 박사는 초상화를 한 장씩 손에 집어 들었다. 이 초상화들과 더불어 다시 한 번 그 지루한 8년이란 세월이 눈앞을 스쳐 갔다. 별로 일도 없었고, 즐거움도 없었으며, 많은 새 옷들, 많은 새하얀 족기, 훈장, 칭호, 많은 연회, 산책, 권태감, 그리고 그 결과로 병을 얻었을 뿐이다. 그의 친구는 매일 그에게 말했다. "식사 후에 두 시간 동안 산책을 하게. 그러면 자네는 또 다시 살이 빠질 걸세." 위트너 박사는 시계를 보았다. 이제 그 지루한 산책을 할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산책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 하면 그는 너무 게을렀고, 너무 피로했기 때문이다. 그는 생각했다. "첫째로 순간 비가 올 수도 있으며, 둘째로 이 마지막 날에는 실로 무의미하다. 하이델베르크에서는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된다. 거기서는 하루 종일 산책을 한다. 내가 하이델베르크에서 조심하여 과식하지 않고, 과음하지 않고, 칼 하인리히와 등산을 한다면 아마 또다시 건강해지고 살이 빠질 것이다." 난로에는 약간의 불이 타고 있고, 따뜻하고 푹신한 의자에 그는 기분 좋게 앉았더니, 곧 그는 피로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왕자가 반시간 후에 그 방에 들어 왔을 때 위트너 박사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살그머니 그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박사는 자기가 하이델베르크에서 또다시 15년 전 자기가 예나 대학으로 갈 때처럼 몸이 날씬해지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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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음 날 오전에 칼 하인리히와 위트너 박사는 역으로 갔다. 트렁크들은 꾸려져 있었고 몇 명의 종들이 그것들을 기차로 운반했다. 짐꾼들이 그것들을 그들의 손에서 받았다. 큰짐은 탁송되고, 작은 것은 그들이 기차 칸으로 가지고 가려 했다. 드디어 기차가 왔다. 왕자와 박사는 일등실로 올라갔으며, 문들은 닫히고, 묵직한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칼 하인리히는 창가에 서 있었다. 차창 밖으로 칼스부르크가 사라져 갔다. 잠시 동안 기차는 큰 수림을 지나갔다. 다음 -- 왕자가 그 장소를 잘 알고 있었던 -- 경계선이 왔다. 이제야 비로소 그는 자기가 정말 자유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앉아서 그의 동반자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자기 여행용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왕자는 웃으면서 말하기를 "당신은 아마 벌써 포도주를 찾고 계신가요, 박사?"

"아니오, 포도주는 가지고 있소, 나는 병따개를 찾고 있소. 나는 매우 갈증이 나오." 잠시 후에 박사는 또 다시 그의 병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부터는 나는 금지된 것은 아무것도 먹지 않겠소. 아침에는 커피를 한 잔 마시거나 우유를 탄 차 한 잔, 그리고 약간의 빵, 낮에는 수프, 고기요리 그리고 빵, 저녁에는 달걀 한 두 개 정도."

왕자는 잠시 듣고 나서 말했다. "그런 이야기는 그만 두세요. 적어도 우리가 하이델베르크로 여행하는 오늘만은요. 우리 두 사람뿐이고 자유롭습니다.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박사는 생각했다. "너무 늦었어. 이 일은 일 년 더 일찍 왔어야 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아마 나는 죽을 것이다."

왕자는 처음 여행하는 아이처럼 기뻐했다. 단 한 번 그는 자기 삼촌과 드레스덴에 가 본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벌써 10년 전의 일이었다. 어느 역에나 낯선 사람들이 있었다. 게다가 외국 사람들이 있었는데, 특히 영국사람과 미국사람들이었다. 아이제나흐에서 시종 루츠 씨가 그의 차에 와서, 모자를 벗고, 왕자가 원하는 것이 있는 지를 물었다. 낯선 사람들은 모두 왕자를 바라보았다. 칼 하인리히는 시종에게 말했다. "당신은 그것을 그만두고 모자를 다시 쓰시오. 그리고 당신 차에 가 있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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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두 시간 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 루츠가 왔더라면 좋을 뻔했다. 왜냐 하면 박사나 칼 하인리히는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한 일이오." 박사는 말했다. "우리들 스스로 갑시다." "스스로요?" "대합실로요. 우리는 시간이 20분 있소" "그렇지만-" "어떻단 말이요?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럼 좋습니다.-" 대합실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 박사의 발등을 밟았는데, 다음 순간 두 사람은 떨어져 버렸다. 식탁 옆에 있던 뚱뚱하고 둥글게 생긴 소녀가 그에게 묻기를 "무엇이 마음에 듭니까?" 그가 곧 대답하지 않자, 그 여자는 참지 못하여 질문을 되풀이 했다. "자, 고르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빨리 종이에 포장되어 있는 소시지를 두 개 집었다. "40페니히 입니다." 그는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또 다른 호주머니에 넣어 보았으나 어디에도 돈이 없었다.

"손님, 40페니히 입니다.!" "예, 예-" 그러나 그는 찾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의 뒤에 있는 어떤 사람이 매우 불손하게 소리를 쳤다. 제기랄, 도대체 여기는 전혀 차례가 안 오나?" 일생 동안 왕자는 이런 일을 당해 본 적이 없었다. 왼손에 그는 소시지를 들고, 오른손으로 돈을 찾았다. 그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 연소한 소녀는 그를 동정했다. 왜냐 하면 그 귀엽게 생긴 젊은 남자가 그 여자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소시지만 가져 가고 돈은 나중에 가져 오십시오" 마침내 박사가 많은 사람들 틈으로 길을 찾아가서 돈을 지불했다. 그리고 그들은 한 식탁에 자리잡고 뜨거운 소시지를 먹었다. "손님들은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손에 큰 종을 들고 있는 역무원이 물었다. "하이델베르크로요." "그러면 당신들은 아직 시간이 15분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제가 종을 울립니다." "여기 맥주 한 잔 드세요!" 하고 보이의 쟁반에서 맥주 세 잔을 집었다. 역무원이 다시 식탁에 와서 감사해하면서 마셨다. "손님들, 건강을 빕니다. 젊은 분은 아마 학생이지요? 하이델베르크의?"

"그렇습니다."라고 박사는 말했다.

"그러면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칼 하인리히는 꿈을 꾸듯이 앉아 있었다. 다른 식탁에는 10여명의 여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한 친구를 역에 전송하러 왔었다. 모두들 칼 하인리히를 바라보았다.

"여기 삶이 즐겁지 않소?"라고 박사는 말했다. "보이, 맥주를 두 잔 더 가져와요! 빨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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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곧 그들은 다시 그들의 기차 칸에 돌아와 앉아 있었다. 점점 어두워졌다. 동쪽에는 달이 떠오르고, 몇 킬로미터 떨어진 서쪽에 라인 강이 흐르고 있었다. 라인 강! 남독일이구나! 그리고 점점 더 빨리 기차는 밤을 통하여 달리고, 점점 더 멀리 기차는 칼 하인리히를 추운 북쪽으로부터 따뜻한 남쪽으로 실어다 주었다. 즐거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젊음, 슬픈 궁성, 겨울이 그의 뒤로 사라져 갔다. 그의 생에 처음으로 그는 자유를 조금 가져 보았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차장은 외쳤다. "하이델베르크! 하이델베르크! 5분간 정차합니다!"

"1년 간 정차!"라고 위트너 박사는 말했다. 그는 조금 전까지 잠을 자다가 방금 잠을 깼던 것이다.

루츠 씨가 손에 모자를 벗어 들고 거기에 와 서서 왕자가 하차하는 것을 도와 주고, 그 다음 여행가방과 우산들을 기차 칸에서 갖고 나와 왕자를 위하여 방을 빌리고 차 같은 것을 준비하려고 하이델베르크에 벌써 사흘 동안이나 와서 있는 다른 시종에게 주었다. 그 다음 그들은 역광장을 지나 마차들이 서 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는 걸어서 가지요. 멋있는 저녁이요." 왕자와 특히 두 시종은 매우 놀랐다. 그래도 박사는 말하기를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소. 집은 시장 18번지에 있소."

칼 하인리히는 칼스부르크에서 걸어서 다녀 본 일이라곤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많은 낯설은 사람들이 왕자의 옆을 지나가고, 역에서 좁은 거리로 몰고가는 마부들이 너무 가까이 지나 갔기 때문에 왕자는 불안했다. "주의하여야 합니다."라고 박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때 옆골목으로부터 음악소리가 들려오더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왕자 옆을 지나갔다.

"여기 무슨 일이 있습니까?"라고 박사는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그들은 오늘 축제를 벌이는 대학생들입니다."

좁은 거리는 소음과 음악 소리와 사람들로 꽉차 있었다. 오히려 조용하고 고독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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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들이 시장에 있는 18번지의 집을 찾았을 때, 교회의 탑으로부터 열 시를 쳤다. 왕자와 박사는 잠시 놀라서 서 있었다. 그 낡은 집은 정말 매력을 끌 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현관 좌우에는 상점들이 있었다. 뚱뚱한 하녀가 둘째 시종과 얘기하고 있는 루츠 씨를 이상한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이것이 전 시내에서 가장 좋고 값 비싼 방이었습니다." 시종은 말했다. "방이 여덟개 있습니다. 루츠 씨." 이제 왕자와 박사는 거리의 어둠으로부터 현관의 불빛으로 나타났다. "이 집은 당신께 아주 적당치 못합니다."라고 루츠 씨는 왕자에게 말했다. "차라리 호텔에서 주무시겠습니까?" 왕자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가 이 집에 들어갈 용기가 있었겠는가? 그 사이에 호기심에 찬 다른 사람들이 와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거기서 박사는 말하기를 "그래도 당신은 집을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일 아니요?" "그렇게 하지요"라고 왕자는 대답했다. 거기서 그들은 들어 갔다. 집 안에는 도처에 크고 작은 등불이 켜 있었다. 윗층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온다!"라는 큰 목소리가 나고- 그 뒤에 문들이 닫히고, 마침내 또다시 아주 조용해졌다. 왕자가 계단을 올라갔을 때, 그는 세 사람의 부인과 한 어린 소녀와 마주쳤다. 소녀는 그를 아름다운 갈색의 눈으로 불안한 기색없이 바라보고, 그에게 아름다운 꽃다발을 하나 증정하고 말하기를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우리 집에 계시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 되르펠 부인은 -나이 든 부인 중 한 사람의 이름이었는데- 왕자에게 방들을 보여 주려고 했다. 왕자는 예의 있게 그 나이 든 부인을 따라갔다. 그녀는 그에게 처음에 거실들, 다음에 그의 침실, 그리고 그의 욕실, 그 뒤에 두 개의 깨끗한 작은 방을 보여 주었다. -"박사님이 쓰실 방입니다." 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교적 좋지 못한 루츠 씨가 있을 방을 보여 주었다. 루츠 씨는 이것을 듣고 분노하여 생각하기를 "그녀가 나를 보통의 종으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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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들이 다시 거실로 왔을 때, 거기에는 하얀 식탁보를 씌운 조그마한 나무로 만든 식탁이 하나 있었다. 그 위에는 빵, 버터, 치즈 그리고 햄, 접시들과 맥주, 포도주 병들이 놓여 있었다. 그밖에 접시들 옆에는 칼과 포크가 놓여 있었다. 식탁 가운데에 세 개의 장미꽃으로 장식된 케이크가 있었다.

"자 식사를 하시려면-" "예, 감사합니다."

호텔은 문제도 아니었다.

왕자와 박사가 식사를 하고 난 뒤에 되르펠 부인이 말했다. 그밖에 또 무엇을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아니오, 감사합니다."모두 다 있습니다. 신선한 물, 손수건, 등불, 성냥-. 케티야, 침실에 성냥이 있는 지 한번 가 보아라.

어린 소녀는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예, 두 갑 있어요."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긴 여행을 하셨으니 푹 주무십시오. 그리고 좋은 꿈꾸십시오." 그 어린 소녀도 와서 말하기를 "안녕히 주무십시오."

교회 탑으로부터 자정의 종소리가 울려왔다. 온 집안은 조용해지고, 모두들 잠이 들었다. 한 시간 동안이나 자기 방에서 호랑이처럼 왔다 갔다 하던 루츠 씨까지도 잠이 들었다. 이 방에는 옷장도 없고, 단지 몇 개의 옷걸이만 있고, 거울도 없고, 다만 철제로 된 좋지 않은 침대만이 하나 있었다.

"내일까지만 기다려 보자."라고 그는 생각했다. "날이 새면 곧 군주에게 편지를 써야지."

그러나 마침내 그도 피로하여 잠자리로 갔다.

마차 속, 걸상, 기차 속, 침대 어디서나 항상 잠을 잘 자는 박사는-지나치게 잘 자는, 왜냐 하면 바로 이 많이 잠자는 것이 그의 피를 혼탁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도 깊이 잠이 들었다. 칼 하인리히가 집에서 깨어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마침내 그는 일어나서 등불을 켰다. 손에 등불을 들고 그는 벽에 걸린 초상화들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이 아마 이전에 한 번 여기에 살고 있었던 대학생들의 사진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자신이 대학생이었다. 그 다음 그는 창문을 열고 시장을 내려다보았다. 밤은 한여름처럼 후덥지근했다. 대학생들이 그들의 축제를 벌이고 있는 호텔로 부터 그는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동이 틀 때야 비로소 그는 잠자리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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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침에 왕자는 늦게 일어났다. 그는 여행 뒤 끝이라서 비누로 몸도 씻고, 따뜻한 목욕도 하려고 욕실로 갔다. 또 그는 면도를 하려 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양말과 신을 신고 바지와 내의도 입었다. 웃옷은 아직 입지 않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그는 루츠 씨 외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즉시 "들어오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들어온 것은 어제의 어린 소녀였다. 칼 하인리히는 순간 깜짝 놀라서 "잘 잤느냐"라는 인사도 잊고 있었다.

"제가 커피를 가져 왔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잘 주무셨습니까?"

"고맙소, 잘 잤소"

"침대가 부드럽지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허지만 왕자님들은 그런 건 보통이겠지요."

그녀가 식사준비를 하여 빵, 버터 그리고 찻잔을 식탁에 놓고, 칼과 스푼을 그 옆에 놓는 동안에 그는 웃옷을 찾았다. 그러나 그것은 옆방에도 없었고 또 루츠 씨가 그것을 가져 가 버린 것도 아니었다. 하여튼 그는 그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가 커피를 따라 드릴까요?"

"예." "설탕을 한 개 할까요, 두 개 할까요?"

"예, 두 개요." 이제 그가 식탁에 앉아서 마시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다시 물었다.

"맛이 좋습니까?" 그는 다만 "예, 고맙소." 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그가 그렇게 별로 말하지 않는 사실에 약간 놀랐으나, 그것도 순간 뿐이었다. 그 다음 그녀는 생각했다. "그이야말로 왕자인데 왕자들이란 항상 고루한 것이야."하고. 그러나 그 외에는 그는 그녀의 마음에 대단히 들었다. 그 때에 문이 열리더니 루츠 씨가 들어왔다. 들어 왔다기보다는 문 옆에 머물러 서 있었다. 마침내 그는 말하기를

"벌써 아침 식사를 하고 계시군요."

"예, 이 아가씨가 가져 왔어요."

루츠 씨는 멍하니 언짢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왕자도 화를 내어 말했다. "나가시오! 내가 부를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시오!"

루츠 씨는 잘못 들었거니 생각했다.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가는 것 이외에 그에게는 별 수가 없었다. 복도에서는 뚱뚱한 하녀가 마루를 닦고 있고, 자기 방에는 되르펠 부인이, 역시 청소를 하고 있었다.

루츠 씨는 기차 속에서인지 침대가 나빠서인지 감기가 들었으나 축축한 복도에서 왔다갔다하며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동안에 두 사람은 대단히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몇 살이냐는 말에 열여덟살, 고향이 어디냐라는 말에 오스트리아, 그리고 얼마나 많은 대학생들이 하이델베르크에 살고 있으며, 쉐펠 씨가 현재 하이델베르크에 살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왕자는 이 순진한 아가씨와 함께 있으니 꿈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오래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일어나서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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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루츠 씨가 잠시 후에 그 방에 들어 와서 왕자를 보았을 때, 그는 "왕자가 오늘은 아주 다르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할 시간조차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왕자가 즉시

"루츠, 박사님이 준비가 됐는지 가 보고 오시오. 빨리요!"라고 말했기 때문에, 루츠 씨는 돌아와서

"박사님은 방금에야 비로소 일어났습니다. 그는 옷을 입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저런 그럴 수가 있나? 낮 12시가 됐는데!" 마침내 박사가 나타났을 때 그는 "잠깐만 기다리시오. 루츠! 루츠! 어디 있소? 루츠, 넥타이를 매는데 도와 줘요! 그리고 커피를 좀 가져와요!"라고 말했다.

왕자는 박사에게 말했다.

"아침시간은 입에 금을 물고 있다는 격언을 당신은 모르십니까?"라고, 이 말 끝에 그는 "예, 하지만 또 다른 격언 즉, '모든 시작은 힘든 것이다.' 라는 것도 있답니다."라는 대답을 받았다.

왕자는 말하기를 "오늘은 우리 축일로 합시다. 우리는 마차나 타고 산책할 것을 제안합니다." "아니오, 타고 가지 말고, 걸어서 갑시다." 왕자는 이에 만족하여 그들은 출발했다. 칼 하인리히는 고상한 회색 옷을 입고, 박사는 새 외투를 입었다. 왕자는 키가 크고 날씬하며, 박사는 키가 작고 뚱뚱했다. 그래서 그들을 합쳐서 본 사람은 무엇이 이와 같이 다른 사람들을 합쳐 놓았는지 알기 힘들었다. 쾌청한 날씨였으며,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퉁이에는 왕자가 아직 결코 보지 못한 정복을 입은 경찰이 서 있었다. 정복은 그에게는 우습게 보였다. 어느 상점 앞에서나 칼 하인리히는 걸음을 멈추었다. 거기에는 그가 결코 본 일이 없어서, 박사가 그에게 설명해 주어야 할 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우리 들어가서 무엇을 좀 삽시다." "도대체 무엇을요?"라고 박사는 놀라서 물었다. "무엇을 좀, 나는 그저 사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넥타이, 손수건, 연필, 펜, 잉크, 편지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팔찌 하나를 샀다. "그것은 도대체 누구를 줄 거요?" "케티 양에게요." "어느 케티요?" "오늘 아침에 나에게 식사를 가져 온 여자입니다." "그녀가 이름이 케티인가요?" "예, 그녀 이름이 케티입니다." 박사는 곁눈으로 왕자를 보고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멋있는 일이 시작되는구나." 라고.

그들은 계속해서 대학과 도서관을 지나서 걸어 갔으며, 그리고 나서 성으로 올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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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들은 천천히 산을 올라 갔다. 그들의 아래에는 도시가 점점 사라지고, 모든 지붕 위에는 찬란한 햇빛이 내리 비쳤고, 저쪽에는 푸른 오덴 숲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골짜기에 네카강을 보았다. 그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어 멋진 풍경을 즐겼다. 그런 다음 그들은 묵묵히 다시 올라가서 옛 성문을 지나, 정원으로 들어갔다. 몇 사람의 안내자가 입구에 서 있었으나, 고목나무 아래는 아주 조용하고 한적했다. 그들은 다리를 건너, 마당으로 들어가 성을 구경했다. 잠시 후에 박사는 피로해져서 쉬어야 했다. 거기서 왕자는 "포도주나 한 병 마실까요?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물론 박사는 생각이 있었다.

"엽권련을 하실까요, 권련을 하실까요?"

"고맙소, 엽권련을 하겠소."

그들은 푸른 지붕처럼 된 고목나무 밑에 앉았으며, 그들 주위에는 사방이 푸른 풀이었다. 그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성에 관하여 이야기 하고, 맑은 날을 기뻐했다. 그리고나서 그들은 다시 침묵을 지켰다. 박사는 자기 외투를 벗었다. 날씨가 비교적 따뜻해진 까닭이었다. 그는 대단히 피로했으며, 졸렸다. 그런데도 그는 깨어 있으려고 하였으나 그렇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칼 하인리히는 그것을 보고 미소를 짓기만 하고, 화를 내지는 않았다. - 아니 그 반대였다. 그는 자기 걸상에서 편히 앉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에 떠 올랐다. 그의 일생에 있어 이처럼 행복한 때가 있었던가? 결코 없었다. 케티, 자유, 하이델베르크, 네카강, 성, 봄, 금빛 찬란한 장래 - 유일한 기쁨의 흐름이다.

케티- 그녀는 팔찌를 좋아할까? 그러나 그것은 은으로 만든 것이었다. 자기가 배의 돈을 주고 그녀에게 더 좋은 것을 사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 때에 정오의 정적 속에서 소음이 들려 왔다. 십 여 명의 곤색 학생모를 쓴 대학생들이 정원을 지나서 왔다. 모두들 소리쳤다. "켈러만! 켈러만! 웨이터는 우리에게 맥주를 가져 와야 해! 또 메뉴도 함께 가져 와야 해!"

이 켈러만은 괴상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기묘한 복장을 하고 앞창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는 심부름꾼이긴 하지만 그 사람처럼 심부름꾼으로 안 어울리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새빨간 코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뛰어 다녔지만, 있던 자리로부터 다른 사람보다 빨리 오지 못 하고 그리고 그는 매우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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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칼 하인리히는 고독했으며, 갑자기 가슴 속에 비통함을 느꼈다. 그는 입에 여송연을 물고서 잠을 자고 있는 뚱뚱한 박사를 쳐다 보았다. 그런데 이제는 퍽 늙어 보였다. 확실히 박사는 좋은 친구였으며, 그는 박사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이야말로 그 성의 답답한 환경 속에 어느 정도 상쾌한 분위기를 가졌으며, 그의 싸늘한 청춘기에 어느 정도 기쁨을 가진 첫번째 사람이며,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제서야 칼 하인리히는 자기는 청춘을 가져 본 일이 없었고, 진정한 친구도 갖지 못했으며, 자기와 함께 놀아야 할 시종들, 그들과 함께 매년 매년,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산책을 한 것뿐이었다. 어제까지도 그는 장님이었다. 그는 인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었다. 전혀 아무것도 몰랐었다. 그가 하이델베르크로 온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키가 크고 멋있는 대학생 한 명이 그의 옆을 지나갔다. 왕자는 피로하고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서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언제까지나 고독할거야." 그는 생각했다. "나의 일생을." 이때 급사가 와서 깜짝 놀란 왕자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저기를 보세요! 저기 혼자서 오는 신사가 유명한 시인 빅토 폰 쉐펠입니다!" 칼 하인리히는 박사의 등을 가볍게 한 번 두드려 깨우며 말했다. "잠을 깨워서 미안하지만 저기에 쉐펠이 오고 있습니다. 잠을 깨우시오!"

쉐펠 씨는 그 당시에 그가 사랑하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상당한 진객이었다. 대학생들은 모두 그를 사랑하고 숭배했지만 신입생들은 그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대학생들은 일어서서 쉐펠 작품을 노래로 불렀다. 시인은 그들에게 감사하고 계속하여 걸어갔다. 점심식사를 왕자와 박사는 하이델베르크의 호텔에서 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 급사가 명함 한 장을 가지고 와서 귓속 이야기를 하며 박사에게 주었다. "밖에 있는 신사가 박사님과 잠시 말할 수 있는지 여쭈어 보라고 합니다." 박사는 깜짝 놀라서 명함을 보았다. "이 사람이 누구일까? 나는 이 사람을 모르는데. 이 사람은 무슨 목적일까?" 그러나 왕자는 말했다. "무슨 목적인지 물어 보시지요. 박사님!"

박사는 일어나서 나갔다. 흡연실에서 그는 품위있고 다정스런 그 신사를 만났다. 그 신사는 그의 이름을 소개하고 말했다. "나는 왕자께서 오늘 저녁 우리 연회에 참석하시어, 우리 학생회에 영광을 베풀어 주도록 왕자님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박사는 미소를 지었다. 왜냐 하면 학기초에는 새 회원을 확보하는 것보다 대학생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또 황태자인 칼 하인리히가 학생회의 회원이 된다면, 칼스부르크에서는 사람들이 무어라고 말할 것인가하고 생각해 보았다. 군주는 그를 놀리기위해 하이델베르크로 보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열심히 예술과 문학을 공부해야 할 텐데, 열심히 박물관, 극장, 오페라에 가야 할 텐데. 그러나 학생회의 회원으로서는 칼 하인리히는 마침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평범한 사람이 될 것이다. 박사는 일어서서 말했다. "나를 따라 오시오." 그리고 그는 그 신사를 왕자에게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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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오후와 저녁에 케티는 뤼더 씨의 식당에서 여급으로 일했다. 오전에는 집에서 자기 아주머니인 되르펠 여사를 도와 드렸는데, 거기서 그녀는 부지런히 일했다. 식사가 끝나면 두 여인은 다리를 건너서 뤼더 씨의 식당으로 갔다. 뤼더 씨는 되르펠 여사의 형부였다. 그래서 넓게 해석해서 그는 케티와도 친척간이었다. 이 음식점은 여러 해 전에 지어진 낡고 얕은 건물이었다. 그러나 정원은 대단히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사람들은 네카 강변 고목들 밑에 아주 편히 앉아 있을 수 있었고, 저쪽에는 하이델베르크가 그 성과 함께 위치하여 있었으며, 사람들은 요셉 뤼더 가문의 좋은 포도주를 마시고, 사람이 사는 것을 즐거워 했다. 뤼더 여사와 되르펠 여사는 대개 부엌에 있어 그곳에서 그들은 식사를 준비했다. 때때로 뤼더 여사는 되르펠 여사에게 말했다. "이전에 우리들이 이렇게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을 때, 여기는 조용하고 아늑했었다."라고

오후에 처음의 대학생들이 오면, 그들은 바깥 정원에서 소리쳤다. "케티! 헤이! 케티! 맥주를, 케티! 메뉴도, 케티!"라고, 그래서 마당에 손님들이 차면 찰수록 그녀는 더욱 빨리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그 때 그녀는 웃음을 지었으며, 사람들은 그녀의 흰 이빨들을 빨간 입술 사이로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결코 정신을 잃는 일이 없으며, 스푼이나 포크 같은 것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며, 그 속에 돈을 많이 넣고 있어서, 학생들이 계산을 할 때면 거기서 그들에게 거스름돈을 꺼내 주었다. "너는 실수하는 일이 전혀 없나?"하고 어떤 대학생이 물었다. "아, 물론 있지요. 하지만 그것은 상관없어요. 당신들이 돌려주거든요."

가끔 한두 명의 학생들이 그녀에게 키스하려 했으나 그녀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번개처럼 피해 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대단히 인기가 좋아서, 그들은 케티의 생일에 꽃을 산더미처럼 보내 왔으며, 또 그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뤼더 가의 술과 뤼더 여사의 식사 때문에 왔다기보다는 그녀 때문에 여기에 왔던 것이었다. 부엌에 있는 여인들은 모든 이 조그마한 장면들을 약간의 노인의 질투심을 가지고 바라보기는 했지만, 케티는 유능했고, 영업은 번창했으니, 그리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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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5월 3일 오후 네시에 뤼더 씨의 정원에서 대학생들을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미리 학생회의 급사들이, 급사들의 총 지휘자는 켈러만 씨였는데, 식탁을 준비하러 왔다. 뤼더 씨가 모든 것을 철저하게 감독하고 있었는데 케티는 도와 주고 있었다. 정각 네시에 약 20명의 첫 번째 대학생들이 왔다. 그들은 곧 오늘따라 유독 매력 있어 보이는 케티를 소리쳐 불렀다. 누구나 그녀에게 악수를 청하고, 친절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 몇 몇 학생 클럽이 더 왔다. 대학생 중의 한 명이 케티에게 그들 학생회의 띠를 선물할 생각을 했다. 그는 그것을 그녀의 어깨와 가슴 위에 걸쳐놓았다. 그러자 이제 다른 학생들도 학생 클럽마다 한 사람씩 이와 같이 했다. 물론 케티는 그 선물을 기뻐했으며 대단한 자랑으로 여겼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웃고 있는 대학생들의 한가운데 파묻혀 가슴에 다섯 개의 비단 띠를 걸치고 서 있었다. 그녀는 대학생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자기 가슴 위에서 춤추고 있는 다채로운 띠들을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평소처럼 주저함이 없이 첫 번째 맥주 잔을 들고 말했다. "여러분들은 모두 좋아요! 건강을 축복하며!" 그리고는 그녀는 가득찬 컵을 마셔 비웠다. 갑자기 대학생들 중 한 명이 그녀의 무릎 밑을 잡고서, 그녀를 높이 들어 올리고 소리쳤다. "케티만세!" 그녀는 여전히 빈 컵을 손에 들고 있었고, 띠들은 그녀의 목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무엇인가 말하려 했으나 자기 밑에 수 많은 다채로운 학생모, 수많은 웃는 얼굴, 수 많은 컵들을 보고서 그녀는 웃기만 했다.

이 순간 지각을 해서 10마르크의 벌금을 내야 할 마지막 학생 클럽이 들어왔다. 누구든지 놀랐다. 왜냐 하면 이 대학생들 사이에 왕자인 칼 하인리히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케티가 그에게로 다가가서 그의 양손을 붙잡고 그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랐다. 왕자는 자기의 새로운 친구들이 자기와 그 소녀를 둘러싸고 있는 동안 얼굴이 아주 빨갛게 되었다. "오, 아름답군요." 그녀는 말했다. "당신이 여기 우리에게 와 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입니다." 그 다음 그녀는 둘러싼 사람들을 돌아보고서 하는 말이 "그럼 이제 그는 여러분들에게 속해 있습니다. 그건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나서 왕자는 식탁에 앉아, 사람들이 그에게 말을 하기도 하고,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은 외워 가지고 있을 법한 노래를 책을 보고 부르고, 웃으며, 사람들이 그에게 묻는 것을 무엇이든지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이 꿈같은 기분이었다. 때때로 그는 멀리 아래쪽에 식탁에 앉아 많은 맥주를 마셨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던 박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케티가 그의 옆을 지나치거나 또는 그는 그녀가 저편 줄지어 있는 식탁 사이를 걸어가는 것을 보기도 했지만, 그와 그녀의 시선은 항상 마주쳤다. 그 사이에 저녁때가 되어, 저쪽에 있는 성은 밤의 그늘 속에 잠겼으며, 하이델베르크의 집집에 등불이 켜지고, 점점 더 유쾌하고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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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 날 저녁에 루츠 씨는 집에 앉아서 왕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마 열한 시 전에는 못 올 것 같소."라고 왕자가 말했었다. "생각이 있으면, 그 전에 맥주를 한 잔 하러 가도 좋소, 루츠."

루츠 씨는 그렇게 했었다. 즉, 사실을 말하면, 맥주는 그의 건강에 해로웠기 때문에 그는 포도주를 몇 잔 마셨다. 포도주는 나쁘지 않았고, 그 결과 루츠 씨는 근일 이래 기분이 보다 가라 앉았다. 열 시 반에 선량한 시민이 그러하듯, 그는 집으로 갔다. 그는 천천히 길을 따라서 시청을 지나, 시장까지 왔다. 방마다 그는 등불을 켜고, 왕자의 침실을 정리하고 나서, 창문으로 밖을 보았다. 그는 약간 졸음이 오긴 했지만, 아직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왕자는 지금 집에 돌아와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열한 시……

왕자 또는 군주의 시종이 된다는 것은 중요한 직책이다. 루츠 씨는 여행중에 다른 궁중에서 자기와 만나 본 적이 있는 많은 그와 같은 시종들을 알고 있었다. 모두들 그들의 손에 때때로 유럽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한밤중……

칼스부르크에서는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열한 시에 쾌적하고 따뜻한 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사람들은 등불을 끄기 전에 우선 포도주를 몇 잔 마시고, 그 다음 피로하지만 만족하여 자기 침대에서, 보들보들한 비단이불 속에 누웠다. 규칙적인 생활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일찍 자는 것은 소중한 규칙이다. 이 무서운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딴 판이었다.

한 시……

루츠 씨는 잠을 깼다. 그는 창가에 있는 의자에서 잠이 들었다. 이제 딱딱한 창틀에 놓았던 그의 오른 팔이 아팠다. 참, 제기랄, 어찌된 일일까? 한 시인데도 집에 오지 않다니! 싸늘한 바람이 열린 창문을 통해 불어 왔다. 루츠 씨는 잠시 잠든 사이에 의심할 여지도 없이 감기에 걸렸다.

갑자기 그는 불안해지면서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혹시 왕자가 죽지나 않았을까!" 그는 곧 그것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그는 불안해졌다. "여주인을 깨워야지."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일어나서 나와 함께 기다릴 거야." 그는 복도로 나가서 처음에는 손가락 하나로 그 다음에는 주먹으로 그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는 문을 열어 보았으나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대는 비어 있었다. 그 아가씨의 침대도 똑 같이 비어 있었다. 밤 두 시 반이었다! 네 시를 쳤을 때 루츠 씨는 병든 사람이었다. 밖은 점점 밝아지고, 새들은 노래불렀고, 아침이 되었다.

"루츠! 헤이, 루츠!"

그는 잠이 깼다.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흔들어서, 그는 자기 눈을 비볐다.

"루츠, 잠자길 잘했소." 왕자는 말했다. "그것이 나에겐 기쁜 일이오. 시간이 좀 늦었소, 오히려 이르다고 해야겠소." 그리고 방에 가득찬 사람들에게 그는 말했다. "이 사람이 나의 충실한 시종인 루츠 씨입니다. 그를 당신들에게 소개합니다."

의자, 소파, 책상, 피아노 위에, 창문 밑 의자 위에도 사람들, 즉 모자를 쓰고 다채로운 띠를 한 대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박사는 안경을 코에 걸치고, 피아노에 앉아서 노래를 연주했다. 모두들 웃고, 얘기하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으며, 가운데에서 젊은 아가씨가 서서 물었다. "그러면 커피 열일곱 반이지요! 좀 세어보세요!"

칼 하인리히는 세어 보았다. "열일곱, 맞소! 루츠, 일이 빨리 되도록 부엌으로 함께 가 봐요." 그래서 루츠 씨는 갔다. 그는 맥이 빠졌다. 꼬냑을 가져 오라고 소리치면 그는 꼬냑을 가져 갔고, 담배를 원하면 그는 담배를 가져 갔다.

아침 여섯 시에 루츠 씨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왕자, 박사, 대학생들은 계단을 내려 갔다. 방들은 이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보니 싸움터 같았다. 곳곳에 담뱃재, 담배꽁초가 있었고, 도처에 잔과 컵들이 놓여 있었으며, 의자 하나가 부서지고 루츠 씨가 병들게 될 정도로 공기는 담배 연기로 꽉 차 있었다.

"우리는 성으로 갑니다." 칼 하인리히는 말했다. "정오에 나는 집에 와서 한 시간 동안 잠을 자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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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어느 날 오후에 칼 하인리히는 마차에 실려 집으로 왔다. 그는 처음으로 결투를 했었다. 그의 머리는 붕대로 감겨지고, 그는 처참한 꼴이었다. 사람들은 박사에게 이 일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는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만약에 사람들이 이것을 칼스부르크에서 알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 사람들이 그 다음 모든 다른 것을 안다면! 칼 하인리히가 강의에 출석한 일이 없는 것! 그가 이탈리아로 여행해서 돈을 많이 빌려 빚을 많이 졌다는 것! 그 다음 무엇보다도 전 도시에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여급과의 연애사건! 그러나 이 결투가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이었다. 칼 하인리히에게 그는 엄숙히 말했다. "이제 나는 이런 일은 싫증이 났소." 무엇이요?" "모두 다요. 나는 나의 직책을 사임하겠소. 나는 칼스부르크로 편지를 쓰겠소, 오늘 당장에. 좋소, 내게 책임은 있소. 그러나 나는 이것을 더 이상 구경하지는 않겠소! 우리들은 절대로 여기에 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뻔했소! 나 같은 서른 다섯 살이나 먹은 인간이 모든 의무를 잊어버리는 이곳으로 말이오! 우리는 놀러 여기에 온 것이 아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했소. 내 꼴이 이게 뭔가! 나는 환자가 되어 있소!"

왕자는 말했다. "당신의 말이 옳소. 사랑하는 박사님. 그것은 더 이상 계속하지 않을 것이오. 당신은 열심히 산책을 하고 잠을 덜 자야 합니다. 당신은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박사는 대답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오.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당신은 그런 생활을 계속해서는 안 됩니다."

왕자가 몇 달 동안에 변한 것이 참으로 놀랄 만한 일이었다. 5월과 6월이 지나갔고, 하이델베르크에는 칼 하인리히보다 난폭한 대학생은 없었다. 그가 빠지는 축제는 없었다. 그러나 박사에게는 엄격했다. 즉, 정각 아홉 시에 박사는 일어나고, 정각 열두 시에 그는 잠자리로 가야 했으며, 두 시간 동안 그는 산책을 가야 했다. 그러나 그는 가끔 말하기를 "아, 제기랄, 너무 늦었군. 나의 마지막 몇 해를 맡겨 놓아주시오. 아니오, 나는 산책을 안가겠소, 나는 피곤합니다. 나는 생각이 없소. 케티, 포도주나 한 잔 부탁하오!"

그러나 하루는 왕자가 의사를 불러 왔는데, 의사는 박사를 곧 병원에 입원시켰다. 거기서 그는 조용한 발코니가 있는 방 하나를 얻었다. 그는 칼 하인리히와 다른 대학생들의 방문을 받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카드놀이를 하고, 자기의 인생이 오랜 시간 이래 어느 때 보다도 즐거운 것을 알았다. "여기서 나는 건강에 회복되고 있소." 그는 말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나오."

7월 말경에 칼 하인리히는 다른 대학생들과 함께 하이델베르크의 남쪽에 있는 멋진 산맥인 쉬바르쯔발트로 도보여행을 떠났다. 모든 다른 대학생들처럼 그는 지팡이와 배낭을 가지고 갔으며, 이렇게 하여 그들은 그 지방을 통과했다. 때로 그들은 이 지방에 수많은 호수 중의 하나에서 수영을 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또 가는 곳마다 그들은 박사에게 고성들의 그림엽서를 보내고, 그의 건강을 축복하면서 몇 리터의 맥주를 마셨으며, 몇 킬로미터를 걸어갔다는 등의 편지를 썼다. 그들이 하이델베르크에 돌아 왔을 때, 칼 하인리히는 우선 케티에게로 갔으며, 그 다음 병원으로 박사에게로 갔다. 아마 그의 뺨이 붉어진 것은 재회의 기쁨이었을 것이다. 어떻든 그는 그를 친절한 말로 환영해 주었다. "잘했소, 칼 하인리히!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돌아다녀야 해요! 집에만 처박혀 지루한 얼굴을 해서는 안 돼요! 종을 좀 울려요, 우리 포도주나 한 병 듭시다. 케티는 뭘 하고 있소? 그녀는 역에 나갔었소? 아니오? 왜 안 나갔소? 귀여운 아가씨야! 이야기나 좀 해 봐요! 쉬트라스부르크에는 가 보았소? 당신은 놀랄 정도로 보이는군. 나는 어떻게 지내느냐고요? 잘 지내고 있소. 아주 잘 지내고 있소. 칼 하인리히, 당신의 건강을 축복하며!"

아마도 박사는 정말 좋아져 가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는 자기 병환시절의 이 조용한 시절보다 더 좋은 기분인 때는 없었다. 그리고 칼 하인리히도 이로 인해서 다시 즐거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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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8월 초순의 어느 날 칼 하인리히는 대학생들에게 뤼더 씨의 집에서 축제를 베풀었다. 뤼더 부인과 되르펠 부인은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수프, 생선, 구운 닭요리 등이 있었고, 뒤에 여러 가지 달콤한 요리, 과일, 사과, 배등이 나왔다. 맥주와 포도주도 풍부하게 마실 수 있었다. 이것은 보기 드문 축제였다. 건너편에 있는 성은 저녁 늦게 불이 밝혀졌으며, 온 하이델베르크 사람들과 온 외국인들은 이 광경을 보려고 네카 강변에 나와 있었다. 박사는 이 훌륭한 광경을 그의 고독한 발코니에서 감상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는 동안 그 날의 주인공인 칼 하인리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 나갔다. 그는 뤼더 씨의 보트를 타고 케티 옆에 앉아 있었으며, 켈러만 씨가 보트를 상류로 저어 올라가야 했다. 왜냐 하면 한쌍의 애인들을 이 같은 밤 보트놀이에 동반하는데, 하이델베르크에는 켈러만 씨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었기 떄문이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듣지도 않고, 항상 낮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릴 뿐이었다. 강 한가운데에 있는 조그마한 섬에 그들은 멈추었다. 칼 하인리히와 케티는 보트 앞쪽에 서로 꼭 붙어 앉아 있었다. 이제 케티는 그의 생활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즉, 그녀의 고향은 독일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이며, 자기 부모님은 여러 해 전에 돌아가셨으며, 이전에 군인으로서 전쟁에 참가한 적이 있는 어떤 상인이 자기와 결혼하자고 하는데, 그녀는 거기에 생각이 없었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들은 또다시 오랫동안 상류로 올라갔는데, 마침내 케티는 불안해졌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 가야 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실로 자정이 지났던 것이다. 그들이 돌아 왔을 때, 왕자는 말했다. "파이프를 꺼내어 담배를 피우시오, 켈러만!" 성냥불이 순간 늙은 얼굴을 비추었다. 왕자는 이제 그 노인을 알고 있는 지가 벌써 몇 개월 되지만, 이 짧은 순간에 그에게는 마치 이 지친 얼굴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당신은 몇 살이요? 켈러만 씨."

이 질문은 그에게 새삼스러웠기 떄문에 그는 잠시 동안 대답하지 않다가 말했다.

"예순 다섯이오."

예순 다섯! 그러면서도 그는 밤마다 일을 해야 했다. 온 종일 그는 일했다. 언제나 약간 느리지만 항상 즐겁게 일했다. 20명이나 되는 주인에게 순종해야 하는 불쌍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보고 항상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인간이 아니라, 학기마다 새 주인을 맞이하는 지친 인간일 뿐이다. "당신은 가족이 있소? 켈로만 씨." 그 노인은 왕자를 놀라서 바라보았다. 이 질문을 그에게 -적어도 그런 어조로- 대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칼 하인리히는 케티가 어둠 속에서 머리를 그의 가슴에 묻고 있는 동안에 계속해서 질문했다. 마침내 켈러만 씨의 짧은 슬픈 이야기가 말해졌다. 그의 부친은 일찍 돌아가시고 그래서 그는 일찍부터 일하기 시작하여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그 당시 그는 바다를 건너 미국, 즉 미합중국으로 달러를 벌기 위해 여행하려 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아마 그의 일생에 처음으로 왕자는 한 불쌍한 인간의 번민과 힘든 생활을 알았을 것이다.

"켈러만 씨, 내가 장차 여기에 있지 않을 때, 당신이 어려움에 처하면 내게 오시오. 알아듣겠소?"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케티는 칼 하인리히의 목을 껴안고, 그에게 귓속에 무엇인가를 소곤거렸다. 아마도 고맙다는 인사였을 것이다.

"당신은 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고 있소, 켈러만 씨," - 칼 하인리히는 미소를 지으려고 했다. - "내가 장차 군주가 되어 있으면, 그 때 내게 오시오. 당신을 나의 주보장으로 시켜 드리겠소. 그것이 당신의 이름에도 어울리오. 그렇지 않소?"

그 때 어둠 속에서 그 노인의 손이 나와서 왕자의 손을 꽉 지었다. 보트는 계속해서 흘러갔다. 칼 하인리히와 케티는 서로 바싹 붙어 앉아 있었다. 어느 때 보다도 더욱 행복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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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저녁 때가 되면서 하이델베르크에는 석 장의 전보가 와 있었다. 당시에는 아직 전화를 할 수 없었다. 석 장은 모두 칼스부르크로부터 왔으며 석 장에는 모두 왕자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었다. 루츠 씨는 진지해졌고, 마침내 자신이 뤼더 씨의 식당으로 갔다. 그는 이 식당도 모르고, 또 왕자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른 식당들도 몰랐다. 그는 왕자가 당장에는 거기에 없지만, 아마 곧 다시 올 것이란 말을 듣고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왕자는 정오 열두 시부터 새벽 세 시까지 찾을 수가 없었는데, 그것을 루츠 씨는 벌써 알고 있었다. 그는 열 시 반에 뤼더 씨의 식당에 왔었는데, 그가 그의 주인을 찾아서 전보들을 전해 주었을 때는 자정이 훨씬 지나서였다. 칼 하인리히는 전보들을 펼쳤다. 전보들은 군주가 몹시 아프니, 칼 하인리히가 며칠 내로 당분간 칼스부르크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세 번째 전보에는 병이 적어도 위험하지는 않다고 적혀 있었다.

루츠 씨에게 왕자는 말하기를 "알았소, 루츠. 가보시오! 한 시간 내로 내가 집에 가겠소. 트렁크들을 꾸리시오. 우리는 내일 저녁에 여행을 떠날 것이오." 15분 후에 칼 하인리히는 식탁에서 자리를 떠났다.

그가 다음 날 정오에 박사와 이별하려고 병원에 갔을 때, 박사는 간호원들이 그 작은 발코니에 갖다 놓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화초들이 놓여 있었다. 여기에서 성을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전망이 좋지 못했다. 비가 온 때문이다. 박사는 왕자에게 피로한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했다. 그러나 왕자가 자기는 유감스럽게도 칼스부르크로 가야겠다는 말을 하자, 그는 매우 엄숙해져서 말 한마디 없이 칼 하인리히 옆을 통해 비 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생각에 일주일이나 이주일 후에" 왕자는 말했다. "나는 돌아올 겁니다. 그 동안에 염려할 것은 없습니다. 매일 아침 또 오후마다 대학생 중 한 사람이 당신을 방문하기 위해 올 겁니다. 만일 원하시면 루츠 씨는 여기에 남도록 하지요." 박사는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아니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칼 하인리히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다음 그는 다시 심각해졌다. 박사는 이 며칠 사이에 매우 병약해졌다. 그는 많이 야위고 몸이 여러 파운드 빠졌음에 틀림없다. 그의 몸은 약해 보이고, 여윈 두 손은 푸른 이불 위에 지친 상태로 놓여 있었다. 칼 하인리히는 "그는 끝이구나."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주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이 그는 박사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르냐 늦느냐는 상관없소. 여기보다 더 아름답게 작별을 원할 수 있는 곳은 없소. 이에 만족하므로 시인이 될 필요도 없소. 사람은 잠드는 거지, 아주 조용히. 우리 기꺼이 당신에 대해 이야기 합시다. 칼 하인리히. 당신은 일주일이나 이주일 뒤에 다시 온다고 말하는데, 그럴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시는 못 올 지도 모릅니다. 칼 하인리히, 젊음에 머물러 있으시오. 이것이 내가 당신께 원하는 모든 것이오. 현재처럼 있으시오. 칼 하인리히, 당신의 젊은 마음을 가지고 한 인간으로 남아 있으시오!"

병원으로부터 칼 하인리히는 비 오는 가운데 또 한번 성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점점 더 멀리, 점점 더 높이, 그의 마음이 가벼워질 때까지. 그는 나뭇가지를 꺾어 그것으로 그는 나뭇잎과 가지를 두드려 물방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는 - 처음에는 천천히, 다음에는 빨리 - 산을 내려 왔다.

반 시간 후에 그는 뤼더 씨의 집에 앉아 있었다. 케티가 그의 옆에 있고,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고 있었는데, 그가 전에 깨어났을 때와 그가 박사를 방문했을 때의 슬픈 기분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왕자는 박사에게 엽서를 한 장 썼다. 그러고 나서 케티가 연필을 잡고 그 끝을 입술 사이에 끼웠다가 역시 짧은 인사말을 썼다.

"어떻게 생각하니? 케티," 그는 물었다. "만일 내가 다시 못 오게 된다면," 그녀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고 "다시 안 온다고요?" "그래, 다시는 못 올 거야."

"그래도 그럴 수야 없지요." 그녀의 얼굴엔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당신은 다시 오겠지요?"

그는 웃었다. 그는 지금 다시 올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칼스부르크에서 사람들이 그를 붙잡으려 해도 그는 소신이 있는 인간이었으므로 그는 그가 마침내 획득한 자유를 다시는 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리하여 그들은 여러 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이 두 사람을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급행열차가 출발 30분 전에 뤼더 씨가 자기 손님을 자신이 역으로 태워, 역에 마지막 몇 분을 남기고 도착했다. 칼 하인리히가 예약한 차에 뛰어 오르자, 그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루츠 씨가 그에게 외투, 덮개, 손가방들을 건네줄 시간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자 기차는 떠났다. 오랫동안 왕자는 창가에서 꿈꾸듯이 서 있었다. 케티가 그에게 준 세 송이의 장미를 그는 손에 들고 가끔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는 케티를 생각해 보려했으나, 갑자기 박사의 모습이 자기 앞에 나타나, 그는 이를 다시는 없애 버릴 수가 없었다. 박사는 이제 여러 마일 멀어져 병원에 누워 있었다. 칼 하인리히, 그는 칼스부르크로 달리고 있었다. 이제 그는 또 다시 홀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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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왕자가 칼스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역에는 많은 호기심에 찬 사람들이 있었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적합치 않은 만세는 부르지 않았지만, 그러나 남자들은 모두 모자를 벗었고, 여자들은 머리를 깊숙이 굽히고 있었다. 성까지의 전체 길에 사람들이 도열하고 서서, 모두들 무언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 역에서 칼 하인리히는 궁정에서 나온 사람들 그리고 의사들과 이야기했으며, 위험한 고비는 우선 넘겼다는 것을 알았다. 발빠른 말들은 그를 성까지 태워가는 데 몇 분이 걸릴 뿐이었다. 그 다음 그는 넓은 계단을 걸어 올라 갔다. 그는 다시 칼스부르크에 와 있었으며 그는 다시 왕자가 되었던 것이다.

날이 주가 되고, 주가 지나 날이 되었다. 9월, 10월, 11월이 지나갔다. 12월이 다시 얼음과 눈을 몰고 찾아 왔으나, 축제는 없었다. 지루한 기분이 병실에서부터 온 궁성과 온 칼스부르크시에 퍼졌다.

그리고 다시 1월, 2월, 3월이 지나가고, 봄이 되었다. - 일년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것은 일년이 아니라, 여러 해가 지난 느낌이었다. 때때로 거친 초조감이 왕자에게 엄습해 왔다. 이 무서운 기다림이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인가? 그는 거의 병들게 되어,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러나 의사들이 신선한 공기에 산책을 하라고 하면, 그는 머리를 흔들며 말하기를 "나는 아무렇지 않아요, 나는 아프지 않습니다."

게다가 루츠 씨는 이제 궁정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는 벌써 하이델베르크에서처럼 쓸모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그의 인내는 훌륭한 결실을 맺었고, 그는 장래성 있는 사람이었으며, 루츠 씨는 새로운 별이라고 불리었다. 그리고 칼 하인리히의 추억 속에는 하이델베르크의 시절이 더 이상 이해될 수 없는 아이들의 동화처럼 희미해지는데, 루츠에겐 그 대학도시의 모습이 추억 속에서 점점 더 아름다워져 갔다. 때때로 칼 하인리히는 주머니에서 자기 열쇠를 꺼내어 책상을 열었다. 거기에는 푸른 학생모, 삼색의 띠, 그리고 세 송이의 장미가 있었는데, 이것들이 당시의 유일한 회고록이었다. 박사는 가끔 "유머와 좋은 기분은 지상의 소금이야."라고 했는데 왕자는 더 이상 명랑해질 힘이 없었다.

어느 날 우체부가 우편물을 가져 왔는데, 편지들 중에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온 것이 한 통 있었다. 왕자는 한 문장 한 문장, 한 줄 한 줄 자세히 읽었다. 그것은 병원장으로부터 온 편지였는데, 위트너 박사가 죽었다는 것을 알려 왔다. 이 소식은 예기치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왕자는 그러나 그가 한때 매우 좋아했던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은 자기와 생소해져서 자기는 그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는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그리고 케티는 어디에 있었을까? -

그는 그녀의 사진이 없었다. 그녀가 그에게 언젠가 준 자그만한 사진은 뒤에 하이델베르크에서 보내온 트렁크들 속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영상은 그의 가슴 속 깊이 남아 있었다. 케티! 그대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라져 버렸다.

왕자의 책상 위에는 자기가 결혼해야 했던 젊은 공주의 사진이 세워져 있었고, 그는 그의 손가락에 그녀의 반지를 끼고 있었다. 그녀는 왕자보다 한 살 더 많았다. 어릴 때 그들은 언젠가 함께 놀기도 했었다. 이 결혼은 가족들의 소망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으며, 아름다운 공주도 불만스럽지 않았다.

물론 이런 때에 결혼식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케티! - 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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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때때로 왕자는 루츠 씨와 하이델베르크에 관하여 이야기하려 했다. 그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를 시종으로 두었다. 아마 이 루츠 씨가 하이델베르크에 대한 유일한 살아 있는 추억이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루츠 씨는 영리했다. 그는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찬란한 시절을 찬양했고, 그 때의 짤막한 웃음거리들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럴 때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며, 아니, 그는 자신이 그것을 더 이상 의심치 않았는데, 왜냐 하면 이 몇 달 동안이 그에겐 유익했기 때문이다.

군주가 죽은 후에 칼 하인리히는 칼스부르크 성의 주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 젊은 군주에게 유쾌한 축제, 무도회 등을 기대했지만 오랜 병과 뒤에 닥쳐 온 죽음 때문에 도시와 성에 퍼진 슬픈 기분은 아직 가시지 않았었다. 물론 칼 하인리히는 일찍이 겁이 많아서 낯설은 사람은 모두 적으로 여겼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제는 변할 거라고 실로 믿고 있었다.

그 때 결혼식 약 두 주일 전에 좀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떤 머리가 흰 괴상한 사람이 궁성에 와서 면회를 요구하며 "그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왔는데 군주를 만나야겠다."고 말했다. 점심식사 중에 시종장이 군주에게 이 괴상한 사람에 관해 보고하며, "하이델베르크에서 온 켈러만"이라고 그의 이름을 댔다. "좋소," 군주는 말했다. "그 사람을 내게로 안내하시오! 식사 후에!"

서두르지 않고 침착한 얼굴로 군주는 식사를 마치기는 했지만 시시 각각으로 그는 더 인내하기 힘들었다. 폭풍같은 추억이 그의 마음에 되살아 났다. 그는 켈러만을 지나칠 정도로 잘 기억했다. 하이델베르크! 드디어 당시의 인물이 하나 나타났다! 비록 그것이 켈러만일지라도!

식사가 끝나자 군주는 자기 서재로 들어가 책상을 열었다. 거기에 놓여 있는 것은 삼색의 띠, 학생모, 꽃들……

옆 방에 있는 시종들은 서로 마주 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두 시간 전부터 이 괴상한 인간은 군주의 방에서 다시 나오지 않았다. 시종들이 군주가 그 노인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있는데, 그 노인이 금빛 단추를 단 괴상한 제복을 입고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면!

"그러면 당신은 주보장이 될 거요! 당신은 내가 당신께 그 당시에 약속한 것을 잊지 않고 있었군!"

그는 몇 해 이래 처음으로 웃었다.

"그래, 켈러만, 여기 있으시오. 당신은 나의 주보장이 되어 주시오. 그것은 당연한 일이오. 나는 당신한테 그 책임이 있소."

그리고 그는 종을 눌러 시종에게 명하기를 "이 분에게 포도주와 식사할 것을 좀 가져오시오! 그래 이리로!"

군주는 잠시 왔다 갔다하며, 가끔 켈러만을 보며 다시 서서 말하기를 "이제는 이야기 하겠소, 켈러만, 이것은 중요한 일이오."

그래서 켈러만은 천천히 그러나 자세히 하이델베르크에 관해 대학생들과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학생회는 다만 세 팀이 아직 하이델베르크에 남아 있고 모두들 떠나버렸다. 대부분이 벌써 오래 전에.

시종이 포도주와 음식을 가져 왔다. 군주 자신이 포도주를 잔에 따랐다. 그리고 켈러만은 이야기를 계속해야 했다. - 박사는 어디에 묻혔는지, 누가 지금 되르펠 부인 집 방에 살고 있는지, 사람들은 매일 오전에 성으로 가는지 - 그리고 "케티는 어떻게 되었소?"

"예, 그녀는 아직 거기에 있습니다."

"그리고-그리고-그녀는 잘 있습니까?"

"아주 잘 있습니다. 퍽 울기만 했어요."

"뤼더 씨의 집으로 가면-그러면 그녀를 아직 만나게 될까요?"

"물론입니다."

칼 하인리히는 창가로 가서 밖을 보았다. 성 벽 아래는 꽃이 만발하고 넓은 연못 위에서는 새들이 공중을, 때로는 창가를 스쳐서 날아갔다. 고독한 2년이란 긴 세월을 그는 여기서 살아 왔다. 좀처럼 죽지도 않는 환자의 침대 옆에서 그는 찢어 버릴 수 없는 그물에 걸려 있었다. 가장 좋은 시절의 두 해를! 그의 생애의 가장 좋은 부분을! 그가 행복할 수 있었을 두 해를! 하이델베르크, 학생 클럽, 케티-이 모든 것들은 아직도 있었으며, 현재에도 있다. 100마일 떨어진 저 쪽 하이델베르크에서 이 사람들은 아직도 살고 있었으며, 산책을 하고, 술을 마시고, 웃고, 사랑하고 있었다.-그런데 이 모든 것을 그를 빼놓고, 마치 칼 하인리히란 왕자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적어도 그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날 밤 군주는 늦게 일어나 있었다. 그 동안 루츠 씨는 바깥 옆방에서 앉아, 쓴 얼굴을 짓고 있었다. 새벽 세 시에 종이 울렸다. 순식간에 루츠 씨는 군주의 방에 왔다.

"루츠, 당신은 오늘 밤에 잠자러 가지 못하오. 시종들을 깨워서 나의 짐을 싸도록 하시오. 시종장에게 알리시오. 나는 하이델베르크로 여행할 것을 결정하였소. 당신이 나를 동반하도록 하시오, 루츠, 당신 혼자만. 우리는 하루나 이틀만 머무르겠소. 일요일 저녁에 우리는 다시 돌아올 거요. 우리는 일 분의 시간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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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의전관과 궁정의 다른 사람들이 숨가쁘게 역에 나타났을 때 기차는 이미 출발했었다. 아침 여섯 시였다. 역무원은 군주가 기차를 멈추게 했으며, 시종만 대동한 채 승차했다는 것 이외는 아무 것도 보고할 수 없었다.

2년 전 그 당시와 같이 5월 어느 날이었다. 그 때와 같은 마을들, 물방앗간, 들판, 도시들이 스쳐 지나 갔다. 그게 정말 겨우 2년이 지났던가?

이제 군주는 이 여행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지, 자기가 하이델베르크에서 무엇을 하려 하는지를 자문 자답했다. 칼스부르크에서는 누구나 제각기 시종장에서부터 시종들에까지, 이 여행을 젊은 학생이나 감히 해도 될 어리석은 것이라고 하겠지.

"나에겐 아무 것도 상관없다.!" 칼스부르크에 있는 사람들이 웃고 비웃고 했을 지 몰라도-오늘 칼 하인리히는 자유스러웠다.

앞으로! 기차가 달리는 대로! 더울 더 멀리! 그러면 금일 저녁에 하이델베르크에 가 있겠지? 아직도 칼스부르크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정복하지 못했으며, 아직도 그는 이 같은 드세고 믿을 수 없는 여행을 할 용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즐거워야 했다.! 다만 이틀 동안, 하지만 즐거운 이틀 동안!

하이델베르크에서 차장이 외쳤다. "5분간 정차!" 당시에는 뚱뚱한 박사가 메마른 어투로 "1년간 정차!" 라고 했었다. 그가 "이틀간 정차-이틀간!"이라고 중얼거리는 동안, 칼 하인리히의 입술에는 미소가 돌았다.

군주는 루츠 씨와 나란히 군중을 뚫고 나가 마차에 올랐다. 그는 마차를 타고 옆을 지나가는 집은 어느 것이든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아득한 옛날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차는 시장을 지나갔다. 거기에 자기가 살았던 창문이 여섯 달린 되르펠 부인의 집이 있었다. "황태자 호텔"에 그들은 내렸다. 칼 하인리히는 긴 여행에 피로했다. 그는 쉬어야겠기에 곧 잠자리로 갔다.

이튿날 오전 중에 칼 하인리히가 과거 회원이었던 학생 클럽이 집합했다. 모두들 조끼 위에 삼색 띠를 한 연미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군주가 자기들을 초대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칼 하인리히의 과거 친구이며 그들 중의 가장 선배인 빌츠 씨가 한 사람씩 돌아다니며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했다. 신입생들에게 그는 말하기를 "너희들은 뒤에 서 있다가 군주가 물을 때만 대답하도록. 제기랄. 하인츠, 네 꼴은 뭔가? 무슨 예복이 그 모양이야?" "어쩔 수 없어요" 하인츠는 말했다. "나는 그것을 빌렸어요."

이 순간에 문이 열리더니 군주가 그들 앞에 서 있었다. 빌츠 씨는 간단히 이야기하고서 다른 사람들을 소개했다. 군주는 각자에게 몇 마디씩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말하기를 "여러분들은 오늘 이곳 호텔에서 저의 손님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나는 오늘 저녁에 떠납니다. 그러므로 3시쯤에 부탁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얼마나 다른가?" 그는 생각했다. "오늘과 이전의 사이에는. 나는 마치 이 대학생들에게 우선 통역을 해야 할 외국어로 말하고 있는 것 같구나." 점심 때 군주는 마차를 타고 묘지로 갔다. 그는 자기를 아직도 하이델베르크에 묶어 놓은 이 최후의 의무를 완수할 것인지를 망설였다. 그러나 마침내 그는 그것을 했다. 그를 모르는 묘지기는 그를 그 묘로 안내하여 사과하면서 말하기를 "아직 정리되지 못했는데, 다음 주에 우리는 그것을 시작합니다." 그 사람이 더 이야기하려 했으나 군주는 말하기를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칼 하인리히는 길게 놓인 식탁 한 가운데 앉아 있었다. 그의 옆사람은 빌츠 씨였는데, 그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야 했다. 식사가 끝날 때쯤 군주는 시계를 쳐다보며 자기는 한 시간 이내에 떠나겠다고 말했다. 모두들 그것은 정말 섭섭하니 하루 저녁 더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성으로 가서, 들녘을 산책하고 마지막으로 보트를 타고 네카 강으로 해서 돌아 오자고 했다. 마침내 이 좋은 간청은 대단한 찬성을 받게 되어 군주는 동의하게 되었다. 그들이 저녁 늦게 여섯 척의 보트에 타고 하이델베르크로 왔을 때 빌츠 씨가 갑자기 슬픈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 있는 군주에게 말하기를 "저기 저쪽에 뤼더 씨의 식당이 있습니다." 갑자기 군주는 생기가 돌았다. "어디요?" - "저기요. 아직도 뤼더 씨를 기억하십니까? 우리가 거기에 앉아 있던 밤도 많았지요. 하지만 이제 학생 클럽들은 그곳에 안 갑니다. 드물게 가긴 하지만." 군주는 처음엔 대답이 없었다. 잠시 뒤에 그는 말하기를 "우리 거기서 멈춥시다."

케티가 그곳에 서서 어둠 속을 잘 보기 위해 손을 눈 위에 댔다. 이제서야 그녀는 알록달록한 학생모들을 알아보았다. 맨 먼저 육지에 뛰어 오른 사람은 빌츠 씨였다. 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말하기를 "당신들은 나빠요. 더 이상 안 오다니!"

이 때 - 그녀의 눈은 크게 뜨이고 - 크게 소리쳤다. "칼 하인리히!" 그녀는 그의 목을 껴안고 그에게 키스했다.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이 마지막 밤은 이상한 밤이었다. 젊은 대학생들은 다시 띠를 걸치고 학생모를 쓰고 그들 사이에 그들처럼 젊게 앉아 있는 군주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오늘 낮에 그렇게도 냉정하고 말이 없던 그에게 이날 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느꼈다.

케티와 칼 하인리히는 강변 고목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기 팔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 놓았다. 그들은 별로 말이 없었다.

그들은 함께 이야기를 많이 해 본 적이 없었다. 지난 2년에 관해서 그들은 말할 것이 별로 없었다. 그가 곧 결혼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녀는 신문에서 읽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침내 그는 말했다. "나는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소, 당신도 나를 잊지 않겠지. 우리가 서로 다시는 못 본다 해도, 우리는 서로 잊을 수 없을 거요. 나는 당신을 결코 잊지 못할 거요. 케티, 결코, 결코, 결코!" ……

정원은 비어 있었다. 대학생들은 가버렸다. 두 사람은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한 시간, 한 시간 흘러 마침내 첫 닭이 울었다. 손에 손을 잡고 그들은 마당에서 나갔다. 그녀는 그를 시내의 첫 집들이 시작되는 곳까지 동반해서 갔다. 거기서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마지막으로 서로 포옹했다.

"케티-"

"칼 하인리히-"

다시 한 번 그는 모퉁이를 돌기 전에 몸을 돌렸다. 그 때 케티는 나무에 기대어 서서 팔을 떨군 채로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으며, 손도 올리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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