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분 삼각지
고대에서 밤 넘기고 새벽에 버스를 타고 신림장으로 간다. 시리즈는 38 - 142 계열. 38번이 탈탈탈 나를 서울역까지 몰아주면 142 혹은 142-1이 나를 신림장근처까지 옮겨준다. 차비는 카드를 써서 50원이 빠진 1050원.
왕복이라면 2100이니 싸진 않다. 하지만 버스는 바깥세상을 볼 수 있고 바깥의 공기를 안을 수 있다. 창밖의 형광등의 레일 혹은 다시 그 너머에 그려진 반대편의 졸리운 얼굴들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약 1000원을 더 주고 왕복에서의 원함을 충족함은 좋은 거래라 생각한다.
오늘은, 그렇지만 비가 왔다.
파밧 파밧 하늘에서 슬쩍 뿌린 듯했던 비는 38번에 올라설 즈음에는 어어 싶을 정도로, 그리고 불규칙하게 잦았다가 수그러들었다 반복하다가 이윽고 튕겨나듯 뿌려대기 시작했다.
동대문 종로 광화문을 거쳐대면서 나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좋아하게 된 새벽 풍경을 즐김에 더하여 서울역쪽에는 유개 승강장이 없음을 떠올렸다.
내릴 곳에서 뛰어감은 어쩔 수 없다해도, 적어도 다음 버스를 기다릴 때까지는 비를 막고 싶었다.
다행인 것은 내릴 사람들이 꼭 한두명씩 있어서, 나는 차가 천천히 설 때 바깥을 살펴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조심스런 사람이라면, 미리 이런 것을 체크했겠지만)
삼각지의 유개 승강장 밝은 형광등. 그리고 그 위의 나트륨 가로등 형광등의 불빛 속에서 나는 나트륨 가로등 주위로 뿌려지는 물방울을 바라볼 수 있었다.
차가 별로 없는 환하게 개인 지평면에 가득찬 물방울들. 내가 내려갈 내일의 서울은 다시 맑아져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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