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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

그 잔인함에 대하여

< 그림 자체는DCINSIDE 에서 긁어옴 >

중학교 때 수학여행 가면 낮에 자불고 밤에 깨어 있는 경험을 '아마 처음' 하게 된다.

요즈음 어떨지는 3년 정도 소식이 끊어진 중학교 선생을 크리스마스와 연말 기념해서 메시지 보내 놓고

아는척 해서 구슬러 놓은 후에 물어본 후에야 알게 되겠지만,

당시는 그러했다. - 아아 이것도 오래전의 일이군 -

잘 잡아서 두평 정도에 옥상인지 아닌지 한쪽 천장은 경사가 져 있는,

벽지마저 구질구질한 방에 애들을 열다섯명씩 집어 넣었던 시절이었다.

사춘기 - 글쎄다 사춘기인지 10대의 반항 시절인지 - 시절, 초롱초롱 밤이 되면 푸근하게 잠들기 시작하는

한낫 어린양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그래피티의 좋은 캔버스였다.

원래 낙서를 위해 수학여행 가는 이들은 진짜 별난 사람이니만큼,

애들이 가지고 있던 필기구는 기껏해야 답사용으로 준비해라고 통신문에 적혀졌던 153볼펜 정도였는데,

난 쳐 나가듯고이 라인을 그리고는 입에다 호호 불어가면서 간질 간질~ 원형으로 색까지 넣어 주는 것.

잘 그려진 153은 접착력도 좋아서 어지간한 비누칠로는 잘 안 지워진다.

그렇긴 해도 그리는 것 자체가 사실 중노동이니만큼 - 시간은 밝아 오는데 캔버스는 너무 넓고 또한 많다. -

이틀째쯤 되면 그림 자체가 성의가 없어져서,

기껏해야 고양이 수염 세 개를 그려 넣는다던가,

이마에 왕자를 새겨 준다던가

볼에 플레이스테이션 버튼을 그려 준다던가 - 물론 그 시절엔 플스는 안 나왔을 것이다 - 하는 것 뿐이었다.

사실 이틀째에는 고문이 주류를 이룬다.

성교육이 없던 시절에도 성고문 방법은 알고 있었던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조숙한 녀석.

치약을 들고 왔다.

- 작가 필이 있어서 무언가 상상하기보다는 경험을 해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이들이 있을 텐데,

인간사에는해도 되는일이 있고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참고로 청산가리 맛은 달다. 직접 맛보고 죽은 학자가 있다고 한다. -

치약을 이용한 고문 중에 가장 악랄한 것이 팬티도 안 벗기고 그 위에 치약을 문대 주는 것인데,

치약도 연고 타입인지 일단 천에 흠뻑 배이고 다음안으로 파고들어 온 피부에 작용한다.

방법당한 아이는 다음날 유달리 일찍 '오뎅국물에 디이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일어나게 되는데,

치약만큼 지효성 자극제도 잘 없어서, 이건 씻어도 에라고,

씻은 후에 속옷 입는 건 자살행위며, 안 입는 것도 데미지 - 청바지 이게 좀 까끌하다. - 이다.

윗 그림을 보아하니, 무심코 순수 농산물인 고추와 화학성분인 치약의 대결이 궁금해져 온다.

- 참고로 속효성 자극제의 제왕은 향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