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는, 왠지 가슴 몽글몽글 따뜻한 느낌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지는 법이다. - 96년의 익창군.
예전에 자취 생활 3대 악물 - 악한 물건 - 이 있었으니,
제 1번은 통신 가능한 컴퓨터이고,
제 2번은 애들 들어와 보기 딱 좋은 VTR-TV이며,
제 3번이 여기에 연결된 플레이스테이션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익창군은 냉장고까지 있었던 것이었다... 아 그래서 내가 집에서 공부한 기억이 없구나.
고개를 끄덕여 준다.
주축을 이루었던 학원 친구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다지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병 팔아서 라면 사먹는 일은 전혀 없었지만,
특별히 육선생을 위시하여 욱선생이라던가 일퀀군은 게임을 즐겨 하였기 때문에,
종종 마장장을 방문하시어 밤을 새곤 했다.
일찍이 세상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게임이 있었으니,
코에이를 떠올리면 매니아는 삼국지 2를 언급하겠거니와,
486시스템과 초기 펜티엄 세대들은 삼국지 3을 떠올리게 된다.
그 옛날 능인고교, 준엄하신 선생님들이 공시간 중에 전산실에서 하다가시간 종쳤다는전설의 게임 삼국지 3.
95년도엔가 어느 금요일, 육선생이 플로피 세장에 들고 온 그 게임을 갖고즐기길 어언 몇일이던가.
정신차려 보니 일요일 저녁.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안 들었었다.
한 숨도 안 잤던 것이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육선생 조조, 익창군 손견.
95년 말엔가에는 시디딸린 게임책자에서 발견한 '일곱개의 별' 이란 간단하고도 신묘한 전략시뮬레이션 때문에
또한 이틀을 보냈었다.
그때는 평일이라 수업도 듣고, 밤도 새지 않았는데, 수업이고 머고 푱푱푱 생각밖에 나지 않았었다.
그리고 어느덧 플스.
당시는 플스 5500이 20만원을 넘나들던 시절이었고,
KOF, 사무라이쇼다운, 메탈슬러그 등, 오락실에 있던 것들로만 갖춰진 게임목록에 그란투리스모가 올려지면서부터,
폐인 모드가 있었다.
옥탑방(?) - 마장장은 건물 5층에 있었는데 덧대어 지은 것이 아니라 옥탑은 아니지만, 또한 옥탑같이 생겼었다. - 20인치 TV,
여기에 더하여 TV 수신이 되는 택산 ATI,
줄줄 연결되어 돈 모아 불끈 산 필살의 호리패드 움켜쥐고,
밖에선 누가 물을 주든 김을 매든, 가스를 교체하든 열차가 굴러가든
길 너머 왠 차량이 빵빵거리든, 고지서가 날라오든
전화기엔 자동응답 걸어놓고,
삐삐는 진동도 귀찮아서 무음으로 설정하고,
드리프트, 드리프트, 또다시 드리프트, 차종 바꾸어서 드리프트.
이놈의 눈은 높아서 nsx 로 드리프트.. DB7 로 무리하기..
(최적 궁합은 cebera.. 진동부터 먹고 들어간다.)
60바퀴 내구 레이스에서는 진짜 차량 피트 들어가듯 포즈 걸어놓고 화장실 갔다 오는 등등.
당시 엥겔계수는 무진장 낮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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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플스매니아들에겐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게임에 빠져들어 - 익창군같은 것이 아닌 진정한 플스의 진면목인 RPG 에 빠져들어 - 침식을 잊고 고락을 같이하면,
얼핏 몽환중에 플스의 정령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든쵸코보클 마스터 할려고 세이브포인트 다시 돌아가서
1000번 도망을 친다던가 하는 쌍노가다로 심신이 소모된다면
- 음 나비효과가 생각나는데? 나비효과 = 세이브포인트 중심의 RPG영화 -
얼핏 선잠을 든 사이 플스의 정령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심성도 곱게 이성의 모습으로, 어지간하면 이전에 (현재가 아닌) 플레이하던 이상적인 히로(인)의 느낌이 드는 모습으로 나타나서는
'Do You Love Me?'
라고 묻고는 화사한 미소가 가득 클로즈업 된다고 한다.
이러한 계시를 받은 매니아는 비로소 득도를 한 것으로,
단도 하나로 바이오해저드 끝판 넘기는 신기, 적어도 게임 내부 개발팀들은 가벼이 누르는 내공을 지니게 된다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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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란종종 게임 속 마린 하나의 움직임에 몰입하곤 한다.
그래서 영화 보러 왔다가 애인 냅두고 스타리그 지켜보는 엄청난 행동을 하는 이들이 때때로 발견되곤 한다.
혹은같이 시간 때우러 오락실 왔다가 괜히 슈팅게임 하자고 해서 못하면 무지하게 구박주고,
더욱 난감한 일은 집에 놀러온 여친 냅두고 플레이스테이션 하는 것.
게임 하는 자와 게임 하지 않는 자에게는특수 상대성 이론이 정확하게 적용된다.
그래도 같이 하려는 자세는 성의는 있다. 위닝 하는 이들은90% 같이 하자고패드 건네주곤 한다.
숭악한 것은 스맥다운 플레이 하자 해 놓고는 무지하게 두들겨 패는 것.
. . . . .
어쨌든,
지금은 플스도 없고, 게임도 근자에 들어서는 하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다만 가끔씩 생각은 난다.
마이 미사 아코 마코 사치코 나츠코& 나루사와 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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