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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와 놀이터

사라진 나라의 기념일 (2003/01/04)

제국의 성립자, 아우구스투스가 당시 로마의 숙적 파르티아와 유프라테스 강에서 강화를 맺은 날은 5월 12일, 공교롭게도 나의 생일과 겹친다. 로마인 이야기 제6권 - 팍스 로마나에서는 이 강화일자를 축제를 여는 국경일로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나의 생일은 2000여 년 전에는 언제나 휴일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5월 12일은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날이다. 015B가 '그녀가 결혼한 날(?)'로서 상당히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 소개하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나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고, 또한 지금은 음악적으로도 그 노래를 찾는 이는 거의 없다.

나의 생일 5월 12일, 다음 날 친구의 생일, 4월 8일 한 친구의 생일, 그것의 두 배인 8월 16일 그의 아버님의 생신, 같은 음력으로 다른 친구의 생일, 8월 2일 다른 아이의 생일..... 보통 사람으로서의 친구들의 생일은 이어지는데 그것이 과거에 어떠했는지는 사실 잘 알지 못한다.

유즈어리에 조금씩, 좋은 생각에 조금씩, 혹은 잡기를 다루는 잡지에 약간은 상세히, 어쩌면 이런 것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에 아주 자세히 나와 있긴 하겠지만, 그것은 사라져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것. 우리는 별도의 수고를 들여 이름을 부여하고 인정해 주어야 그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다. 3월 15일이 크다 한들,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은 여타 하루와 같은 한 날일 뿐이다.

한때 기념이 될 만한 날짜를 기억하고 모아보려 한 적도 있다. 때로는 100일째, 200일째를 따져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지난날에 대한 반추로 인한 오늘 하루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손해였다. 과거의 기쁨이든 슬픔이든, 교훈이란 명목도 좋지만, 그만큼의 빚으로 현재의 시간이 차압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더구나 그렇지 않아도 나의 기억은 언제나 샘솟아 나를 수고롭게 하고 있는데 말이다.

2002.12.30새벽


--- 참고로.. 드래곤 볼에서 완전체 '셀'과의 결전일도 5월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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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것이 있다면,

1. 간호사의 날이 5월 12일이다.

2. 생일을 다시 음력으로 옮겼다.